만화·애니메이션 쪽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중학생 상담을 받으면, 대개 "애니고 가고 싶어요"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애니고'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학생마다 다릅니다.
선택지는 한 갈래가 아닙니다. 2025년 12월에 마무리된 2026학년도 중등 입시에서 애니톡 목동 본원 학생들이 합격한 학교만 다섯 곳입니다.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2명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과)
- 경기예술고등학교 만화애니과 1명
- 서울웹툰애니메이션고등학교 웹툰애니과 4명
- 서울영상고등학교 영상미디어 14명
- 예림디자인고등학교 11명
한국애니고는 17년 연속 합격이 이어졌습니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것은 다섯 학교로 갈렸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만화 고등학교'가 아닙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성격이 다릅니다.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 만화창작과와 애니메이션과가 나뉘어 있습니다. 학과를 먼저 정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 서울웹툰애니메이션고등학교 — 웹툰애니과. 2026학년도에는 SWAS 인재전형과 미래인재전형으로 나뉘어 모집했고, 편입 전형도 따로 있었습니다.
- 경기예술고등학교 — 예술고등학교 안의 만화애니과입니다. 특성화고와 예고는 학교 운영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 서울영상고등학교 — 영상미디어 쪽입니다. 만화·애니와 인접하지만 같지 않습니다.
- 예림디자인고등학교 — 디자인 계열 특성화고입니다.
준비 방향이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웹툰 쪽을 보는 학교와 애니메이션 쪽을 보는 학교, 디자인 기초를 보는 학교가 요구하는 그림이 같을 수 없습니다.
지망 학교를 먼저 정하는 이유
"일단 그림 실력을 올리고 나중에 학교를 정하겠다"는 계획은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남은 기간이 짧기 때문입니다.
중3 여름이 지나면 준비 기간이 몇 달 단위로 줄어듭니다. 그 안에 여러 학교의 요구를 모두 맞추려 하면 어느 쪽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지망 순서를 정해 두면 같은 시간으로 훨씬 멀리 갑니다.
정할 때 보는 것은 대개 네 가지입니다.
- 만화·웹툰·애니메이션·디자인 중 어디에 더 끌리는가
- 통학이 가능한 거리인가
- 지금 실력에서 남은 기간 안에 닿을 수 있는가
- 고등학교 3년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고 싶은가
마지막 항목을 의외로 많이들 빠뜨립니다. 특성화고와 예고는 학교 생활의 밀도가 일반고와 다릅니다. 그림을 오래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선택을 미루게 됩니다.
떨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닌 이유
중등 입시는 대학 입시와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서 갈린다고 진로가 닫히지 않습니다.
만화·애니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일반고 출신이 더 많습니다. 특성화고와 예고는 학교 안에서 관련 수업을 듣는다는 점이 다를 뿐, 대학 실기는 어차피 따로 준비합니다. 고등학교 3년을 어떻게 쓰느냐가 학교 이름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지망 학교를 정할 때 "떨어지면 어디로 갈 것인가"까지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 답이 준비돼 있으면 실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준비를 시작하기 좋은 시점
실기 비중이 큰 학교를 노린다면 중2 겨울에는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중3 가을에 시작해서 붙는 학생도 있지만, 그때는 학교를 고를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결과가 좋아진다기보다, 고를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진다는 쪽이 정확합니다.
지금 실력과 남은 개월 수를 놓고 현실적인 지망 순서를 잡는 것이 첫 상담에서 하는 일입니다.